1. 겨울보다 더 위험한 계절? 아이들은 봄에 더 많이 다칩니다
“5월, 6월에 우리 아이들이 가장 위험하다고?”
이 말을 처음 들으면 다소 과장된 표현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통계를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현대해상 교통사고 DB에 따르면, 어린이 교통사고는 5~6월에 가장 많이 발생합니다.
겨울보다 사고 건수가 무려 두 배 이상 많고,
7~9세 아이들은 30대 성인보다 1.6배나 더 자주 사고를 당합니다.
특히 방과 후 시간대인 오후 2시~7시 사이에 60% 이상 집중되어 있고,
6세 이하 아동 중상 사고의 25%는 ‘주차장’에서 발생합니다.
스쿨존 표지판, 과속 단속 카메라, 그리고 “운전자 조심하세요”라는 안내 문구.
이걸로 정말 충분하다고 생각하시나요?
2. PPT로는 아이들 못 지킵니다 –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의 현실
저는 약 20년 이상 교통안전 분야에 몸담으며,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현장 교육과 정책 제안을 지속해 왔습니다.
초등학교에서 1~2학년을 대상으로 직접 교통안전 교육을 해보면,
매번 느낍니다.
PPT로 설명해도 아이들의 30%밖에 반응하지 않습니다.
물론 횡단보도 모형을 이용한 실습도 병행하지만,
아이는 말보다 몸으로 배우는 존재입니다.
듣는 교육으로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3. 백 번 말해도 못 알아듣던 아이, VR 한 번 체험하자 달라져
그래서 저는 VR, XR 같은 체험형 교통안전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직접 체험한 걸 오래 기억합니다.
한 번이라도 ‘위험한 상황’을 겪어보면 행동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VR로 ‘주차된 차량 뒤에서 뛰어나올 때’의 위험을 체험한 아이는,
실제 도로에서도 자동으로 멈춰 서고, 살피고, 신호를 지키게 됩니다.
백 번 말해도 안 듣던 아이, 단 한 번의 VR 체험으로 바뀌는 걸
저는 수차례 목격했습니다.
교육은 전달이 아니라, 체험이어야 합니다.
4. 영국·일본은 어떻게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였을까?
과거 주요 언론사와 함께 어린이 교통안전 기획보도를 하며
영국과 일본의 교통안전 정책과 문화를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왜 이 나라들이 ‘어린이 교통사고 최저 국가’인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영국의 THINK! 캠페인은 단순한 구호가 아닙니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20년 넘게 전 국민 실천 캠페인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Stop, Look, Listen, Think”라는 슬로건은 아이들에게 하나의 생활 규칙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감탄했던 건, 지자체마다 전담 공무원이 배치되어 철저히 사고를 분석하고 캠페인을 기획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일본은 ‘아이컨택트’ 문화가 자리 잡혀 있습니다.
아이와 운전자가 서로 눈을 마주쳐야만 길을 건넙니다.
놀라운 건, 아이들이 이 원칙을 누구보다 잘 지킨다는 것이었습니다.
교통안전이 단지 어른들의 책임이 아니라, 아이들도 주체가 되는 문화였던 것입니다.
5.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행동은 안 할까요?
문제는 알고 있습니다.
제도도 있습니다.
기술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차 조심해”라는 말보다 중요한 건
아이와 함께 걸어보는 것,
직접 위험한 길을 함께 체험하고, 설명해 주는 것,
**‘그냥 말로 끝내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너무 자주 말로 앞서고 행동은 뒤로 미루곤 합니다.
그 습관이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줄 수는 없습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 단 3가지만 시작해 보세요
부모가 할 수 있는 일
· 우리 아이와 집 주변의 위험한 길을 함께 걸어보기
· 매일 아침 “멈춤 → 좌우 확인 → 손 들고 건너기” 연습
· 주차장에서는 반드시 아이 손을 잡고 이동
운전자가 할 수 있는 일
· 스쿨존에서는 무조건 시속 30km 이하로 서행
· 주차된 차량 옆을 지날 때는 아이 한 명쯤 튀어나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항상 운전하기
· 아이와 눈이 마주치면 손을 흔들어 인사해 보세요. 그 작은 행동 하나가 아이에겐 큰 신뢰가 됨
지역사회가 할 수 있는 일
· 어린이집·초등학교 앞 불법주차 차량은 즉시 신고 하기
· ‘등하굣길 어린이 교통안전 캠페인’ 제안하기
· 위험한 도로환경을 사진 찍어 지자체에 제보하기
6. 세이프로 한마디 : 아이들 안전은 누가? 정답은 당신입니다
아이들의 안전은, 정책도 기술도 아닌 ‘우리 어른들의 행동’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말한 대로가 아니라, 우리가 행동한 대로 따라 합니다.
“5월, 6월이 가장 위험하다고?” 그 질문에 가장 정확한 답은 이겁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바꾸기로 했다.”
오늘 저녁, 아이와 손잡고 횡단보도를 건너보세요.
내일 아침, 스쿨존에서 속도를 줄여보세요.
이번 주말, 우리 동네 불법주차 차량을 신고해 보세요.
작은 실천 하나가, 아이 한 명의 생명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우리 아이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