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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땅 꺼짐 사고, 일본에서 배우는 진짜 해결책?

by 세이프로 2025. 6. 21.

올해 장마가 역대급이라니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6월 중순부터 7월 하순까지 31일간 이어질 예정이고 강수량은 평년의 1.5배라고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정말 무서운 건 따로 있다. 바로 땅 꺼짐 사고.

하루에 1~2개씩 생기는 싱크홀의 공포

올해 3월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 사고, 기억하는가? 가로 18m, 세로 20m, 깊이 30m 규모의 거대한 구멍이 순식간에 생겨나면서 오토바이 운전자가 매몰되는 끔찍한 사고였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지난 10년간 전국에서 2,085개의 싱크홀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하루에 1~2개꼴로 땅이 꺼지고 있다는 뜻이다. 경기도가 21%(429)로 가장 많고, 강원 12.9%(270), 서울 10.4%(216) 순이다.

장마철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집중호우 때문이다. 서울 시내 도심 싱크홀 사고 원인을 분석해 보니,전체 359건 중 240(67%)이 하수관과 관련이 있었다. 30년 이상 된 노후관이 압력을 견디지 못해 파열되면서 주변 토사가 유실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본에서 본 미래의 해결책

사실 나는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하고 미쯔비시종합연구소에서 포닥으로 1년간 일했던 경험이 있다. 그때가 2000년대 초반이었는데, 그 연구소도 벌써 그 이전부터 국가차원의 공동구 개발과 지하매설물 지도화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지원하고 있었다.

당시 일본의 고민은 우리와 비슷했다. 좁은 도로에 전봇대와 전선이 얽혀있어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재해 시 복구도 어려웠다. 하지만 일본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했다. 바로 지하에 모든 시설을 통합 수용하는 '공동구' 시스템이었다.

공동구는 전기, 통신, 상하수도, 가스 등 여러 지하시설물을 한데 모아 수용하는 터널 형태의 시설이다. 일본은 1963년 「공동구 정비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까지 제정하면서 이 사업을 법적으로 뒷받침했다.

20년 후, 일본이 우리보다 앞서는 이유

지금 와서 보니 일본의 선택이 얼마나 현명했는지 실감한다. 일본은 '지하공간 통합지도' 구축을 통해 모든 지하시설물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지반침하 관련 조사사업을 매년 시행하고,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 축적도 꾸준히 해왔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여전히 각 시설물별 정보가 분산되어 있고, 땅꺼짐이 발생한 후에야 GPR 탐사를 통해 공동을 찾아 땜질식으로 복구하는 수준이다. 예방보다는 사후 처리에 급급한 실정이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핵심

서울시가 지반침하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 고위험지역이 50곳에 달한다고 한다. 강남 압구정동의 언주로 6.7km 구간과 선릉로 6.3km 구간도 포함되어 있다. 한강을 매립해 만든 저지대일수록 지반이 약해 위험성이 높다.

문제는 전조증상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아스팔트에 작은 균열이나 침하, 도로 표면의 비정상적인 요철, 맨홀 뚫껑 주변의 침하 현상 정도가 전부다. 일반 시민이 이런 걸 언제 다 확인하겠는가?

진짜 해결책은 따로 있다

일본 사례에서 배울 점은 명확하다:

첫째, 통합적인 지하공간 정보 관리가 핵심이다. 모든 지하시설물 정보를 한 곳에 모아 실시간으로 관리해야 한다. 노후화 상태, 매설 위치, 주변 지반 환경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땅 꺼짐 위험지역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

둘째, 사후 처리가 아닌 예방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정기적인 공동구 내부 점검과 진단을 통해 노후화된 시설물을 조기에 발견하고 보수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셋째, 법적 기반을 확실히 해야 한다. 일본처럼 공동구 설치, 관리, 비용 분담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개별 법령이 필요하다.

이번 여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당장 공동구 시스템을 만들 수는 없지만,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 평소 주변 도로 상태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의심스러운 현상 발견 시 즉시 119나 구청에 신고
  • 집 주변 배수구나 맨홀 뚫껑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
  • 이상 징후 발견 시 사진 촬영해 두기
  • 장마철에는 외출 시 도로 상태를 더욱 주의 깊게 살피기

작은 관심과 신고가 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시스템의 변화에 있다. 일본처럼 20년 전부터 준비했더라면 지금쯤 우리도 안전한 도시를 만들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이번 여름 장마철, 우리 모두 경각심을 갖고 안전에 주의를 기울이자.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는 일본의 사례와 같이 하루빨리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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