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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 동네 대중교통은 이렇게 불편할까?

by 세이프로 2024. 12. 15.

대중교통 불편, 도시설계 방식이 문제다

  대중교통 불편 문제는 단순히 인프라 부족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뿌리를 파고들면 우리나라의 도시설계 방식에서 큰 문제가 있다. 신도시 개발과 교통 인프라 구축의 순서가 뒤바뀐 '후진적 도시설계 방식'이 불편함의 핵심 원인이다.

  선진국에서는 철도와 대중교통망을 먼저 설계하고 이를 중심으로 도시를 확산(sprawl)시키는 방식을 채택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신도시 개발을 먼저 발표하고, 교통 인프라는 그 후에 추가하는 방식이다. 이러다 보니 대중교통은 효율적으로 구축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에 봉착하게 되어 결국 그 불편함은 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 동네 대중교통은 왜 이런지 한번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1. 대중교통 불편의 근본 원인: 도시설계의 구조적 문제

  선진국에서는 '철도와 역세권 중심의 도시 개발'을 기본 원칙으로 삼는다. 도시 설계 초기 단계에서부터 철도를 중심에 놓고 도시를 개발하며, 역세권에는 주거, 상업, 업무 시설이 조화롭게 배치된다. 이러한 방식은 대중교통 이용률을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교통 소외 지역을 최소화하는 효과가 있다. 간선 지선 체계를 원활히 최적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신도시 개발이 정부의 정치적 결정과 경제적 논리에 의해 먼저 발표되고, 교통 인프라는 뒤늦게 후속적으로 계획된다. 예를 들어, 수도권 1기 신도시(분당, 일산 등) 2기 신도시(판교, 동탄 등) 모두 초기 입주민들은 대중교통 부족으로 큰 불편을 겪었다. 철도나 지하철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주민들이 자가용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개발 방식이 단지 초기 불편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통 인프라가 뒤늦게 들어서면, 이미 상승한 땅값과 토지의 밀집도가 교통망 구축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토지 수용이 어려워지면서 철도 노선이나 도로 건설 비용은 급등하고, 이는 결국 대중교통이 소외된 지역이 발생하는 결과를 낳는다. 신도시뿐만 아니라 지방 중소도시에서도 이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2. 땅값 상승과 토지 수용 문제

  대중교통을 효율적으로 구축하려면 넓은 부지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도시 개발 방식에서는 신도시 개발이 먼저 이루어진 뒤 교통망이 추가되다 보니, 이미 형성된 주거지와 상업지로 인해 대규모 토지 수용이 불가능해진다. 설령 가능하더라도 수용 비용이 비싸지고, 이는 대중교통 건설 예산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구조는 대중교통 인프라를 축소하거나, 개발 속도를 늦추는 원인이 된다.

동경수도권 츠쿠바익스프레스 운영 사진

  가까운 일본의 도쿄권 사례를 살펴보지. 도쿄는 철도망을 먼저 설계하고, 이를 따라 도시가 확장되었기에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며, 철도를 중심으로 역세권 상권도 자연스럽게 발달했다. 택철법 즉 택지철도일체화법 같은 법 제도를 활용하여 철도회사에게 역세권 개발을 허용하여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사철 종착역에 가 보면 백화점 등 쇼핑센터가 활성화되어 있는 걸 체험할 수 있다. 

  교통망이 미흡한 지역일수록 자가용 의존도가 높아지며, 이는 도로 혼잡,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심화시킨다. 대중교통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교통 약자(노약자, 장애인, 청소년 등)의 이동권 또한 제한된다. 결국, 도시설계의 구조적 문제는 단순히 대중교통의 불편을 넘어 사회적 불평등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3. 해결책: 수요응답형 교통(DRT)의 도입

  현실적으로 이미 개발된 지역에서 선진국형 철도 중심 도시 개발 방식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수요응답형 교통(Demand Responsive Transport, DRT)이 대중교통 불편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될 수 있다.

  DRT는 정해진 노선을 따라 운행하지 않고, 승객의 수요에 따라 노선과 시간을 조정하는맞춤형 교통 서비스. , 특정 지역에서 주민이 DRT 전용 앱이나 콜센터를 통해 이동 요청을 하면, 소형 버스가 해당 위치로 와서 원하는 목적지로 태워주는 방식이다. 택시와 대중교통의 중간 단계라 할 수 있다.

세종시 DRT 셔클 운영 모습

  최근 한국에서도 DRT 도입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경기도 하남시, 전라남도 담양군, 제주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시범 운행이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하남시는 교통 소외 지역 주민들을 위해 DRT를 도입하여 정규 버스 노선으로 커버하지 못했던 지역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민들은 앱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차량을 호출할 수 있으며, 이는 기존 버스보다 효율적이고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제주도는 관광객과 주민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DRT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은 농어촌 지역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높아, 지방 교통 소외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4. 대중교통 문제를 해결하려면?

  DRT 도입과 같은 기술적 해결책 외에도, 장기적으로는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 설계 철학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시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철도 및 대중교통 인프라를 우선적으로 구축하고, 역세권 중심의 주거와 상업 배치를 계획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은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지만, 장기적으로는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교통 소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기존의 대중교통망이 부족한 지역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토지 수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뒷받침도 강화해야 한다. 교통 소외 지역에는 기존의 대중교통망과 연계된 환승센터를 구축하거나, IT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대중교통 정보 제공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우리도 일본과 같은 철도건설에 따른 토지상승분을 민간 철도업자에게 공유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우리만의 방식으로 개발해 보자. 이전에는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어 이슈화조차 못했지만 이제는 시민의식이 성숙하였고 시민참여형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적극 검토해 볼 만하다.

5. 세이프로 한마디! : 대중교통, 모두를 위한 길로

  대중교통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고 시민들의 삶을 연결하는 핵심 기반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도시 설계 방식과 구조적 한계로 인해, 대중교통이 불편하다는 문제는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 반복되고 있다. 이제는 철도 중심의 도시 개발 방식과 같은 선진국 사례를 참고하여, 근본적인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할 때다.

  단기적으로는 DRT와 같은 기술적 대안을 적극 도입하고, 장기적으로는 교통 중심의 도시 설계 철학을 도입하여 대중교통이 모두를 위한 길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대중교통은사회적 평등환경 지속 가능성의 출발점이기에,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의 도시와 사회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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