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70대 여성 운전자가 벤츠 차량을 운전하던 중 급발진 사고가 발생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차량 1대를 접촉한 후, 단지를 빠져나와 영동대로에서 2대의 차량을 추가로 추돌했다. 운전자는 "차량이 갑자기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다"며 급발진을 주장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여러 대의 차량이 파손되는 사고로 이어졌다. 이번 사고는 급발진의 원인 규명과 제조사의 책임 문제를 다시금 부각했다.
1. 강남 대치동 급발진 사고와 강릉 사고
대치동 사고 이전에도 2023년 3월, 강릉에서 비슷한 급발진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전기차를 운전하던 고령 운전자가 해안도로에서 차량이 제어 불능 상태에 빠져 상가를 들이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차량의 전자제어 시스템 결함은 확인되지 않았고 제조사 역시 결함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피해자 측은 여전히 급발진을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두 사고 모두 명확한 원인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제조사의 책임이 쟁점으로 남아 있다.
2. 급발진 사고의 주요 원인과 책임에 대한 법적 공방
급발진 사고의 원인은 대개 전자제어 시스템(ECU)의 결함이나 소프트웨어 오류로 발생한다고 추정된다. 이러한 오류는 차량이 갑작스레 가속되거나 제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운전자의 페달 착각이나 돌발 상황에서의 대처 미숙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고 원인을 명확히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제조사들은 보통 기술적 결함을 부인하며, 운전자의 실수를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제조사와 운전자 사이의 법적 공방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게 된다.
3. 사고 원인 조사와 사고기록장치(EDR) 장착 의무화 논란
제조사들은 급발진 사고 발생 시 대부분 기술적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사고 원인 조사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힌다. 이번 대치동 사고와 강릉 사고 모두 제조사들은 결함을 부인했고, 피해자들은 법적 대응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EDR(사고기록장치)의 의무화 논의가 활발하다. EDR은 사고 직전의 차량 상태를 기록하는 장치로, 급발진 같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미국의 경우, EDR 장착은 법적으로 의무화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발적으로 도입하여 99.5% 이상의 차량에 EDR이 장착되어 있다. 이 장치는 사고 원인 분석을 위한 필수적인 데이터를 제공하며, 법적 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럽 연합(EU)에서는 2024년부터 모든 신차에 EDR 장착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사고 원인을 보다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강화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EDR 장착이 아직 법적으로 의무화되지 않아(장착 차량의 EDR 공개의무화까지 되어 있음), 사고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EDR 의무화 법안이 논의되고 있으며,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제조사들이 사고 원인을 쉽게 부인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또한, 운전자는 사고 후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여 법적 분쟁에서 더 유리한 입장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4. 해외 급발진 사고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급발진 사고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발생한 이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9년 도요타 급발진 사건과 1980년대 아우디 5000 사건, 그리고 2000년대 초 미쓰비시의 급발진 은폐 사건이 있다.
- 토요타 급발진 사건 (2009-2010): 미국에서 토요타 차량의 급발진 문제로 인해 약 1,000만 대의 차량이 리콜되었고, 도요타는 수십억 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해야 했다. 가속 페달 결함 및 전자 제어 시스템 문제로 많은 사고가 발생하였고, 이를 계기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안전 기준이 더욱 강화되었다.
- 아우디 5000 급발진 사건 (1980년대): 미국 시장에서 아우디 5000 모델이 급발진 사고로 인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약 60,000대의 차량이 리콜되었고, 아우디는 브랜드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어 미국 시장에서 한동안 고전하게 되었다.
- 미쓰비시 급발진 은폐 사건 (2000년대 초반): 일본의 미쓰비시는 수십 년간 급발진을 비롯한 여러 결함을 은폐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미쓰비시의 기업 이미지와 시장 점유율은 급격히 하락하였고, 회사의 경영진은 국민들 앞에서 머리 숙여 속죄해야 했다. 이 사건은 미쓰비시의 신뢰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고, 일본 내에서의 시장 점유율도 크게 감소하게 되었다.
이러한 해외 사례들은 제조사의 투명한 문제 해결과 운전자의 안전 의식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급발진 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으므로 차량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사고 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익혀 두는 것이 필수적이다.
5. 급발진 사고 시 대처법
급발진 사고는 예고 없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대비한 사전 대처 방법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차량이 갑작스레 가속되면 기어를 중립(N)으로 전환해야 한다. 중립 상태에서는 엔진 출력이 바퀴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차량을 제어할 수 있다.
둘째,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아 속도를 줄여야 한다. 급발진 상황에서는 브레이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으니 최대한 힘을 주어 밟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핸드브레이크를 천천히 사용하여 차량을 멈추는 것도 대처법 중 하나다. 사고 이후에는 블랙박스나 CCTV 자료를 확보하여 사고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증거를 남겨야 한다.